승부는 서든 데스 연장전 첫 홀 퍼팅에서 결판이 났다. 서든 데스는 하나의 홀에서 이기면 바로 승부가 결정나는 방식이다. 연장 첫 번 째 홀에서 최경주는 24m 내리막 퍼팅을 남겨두었다. 데이비드 톰스는 홀컵에서 5m 남짓한 거리에 공을 붙였다. 톰스는 첫 퍼팅을 실패하고 어이없게도 두 번째 90cm 짜라 퍼팅도 놓쳐 보기를 잡았다. 최경주는 쓰리 퍼팅을 저지르기 쉬운 24m 롱 퍼팅을 두 퍼트에 막아 생애 최대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경기가 열린 플로리다주 잭슨빌 폰트베드라비치 소우그래스 골프장은 최 선수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1999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이 골프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집을 얻어 살아 몇 차례 연습 라운딩을 했던 곳이다. 그는 플레이어스 챔피온십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에서 내 골프 실력으로는 이 코스에서 언더파를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 승리가 더욱 기적 같다고 말했다.
골프에서 퍼팅은 싸이콜러지(psychology심리학)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있어야 홀컵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이 골프장이 최경주가 미국에 온 후 가끔 연습을 해 눈에 익은 골프장이라는 점도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최 선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는 승리한 후 오늘 하루 종일 정말로 기도를 열심히 했다. 이 경기를 이길 수 있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일성을 떠뜨렸다. 신앙심도 퍼팅의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우승을 잡기 전에 세 경기 연속 톱 10에 들어간 상승세를 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2008년 1월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이래 3년4개월 만에 움켜쥔 1승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4대 메이저대회엔 포함되지 않지만 상금이 메이저대회보다 작지 않고 참가선수도 PGA 선두랭킹과 최근 PGA 우승자만 참가하는 대회다. 최 선수의 우승은 어떤 불리한 여건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고 탱크처럼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과 뚝심의 결과다. PGA 7승의 경력을 바탕으로 편하게 지낼 수도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기량을 갈고 닦았다. 이번 승리는 기적이 아니라 땀과 눈물의 결정체임을 우리는 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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