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놀랐을 겁니다. 액화천연가스(LNG)로 그 큰 엔진이 움직이는 건 처음 봤을 테니까요. 지난달 30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만난 이영만 옥포조선소 소장(부사장)은 덴마크에서 열었던 시연회 이야기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18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선박용 엔진 제조사 만 디젤&터보 본사에서 이 회사가 개발한 LNG 엔진과 대우조선이 개발한 친환경 선박 추진 시스템의 시연회를 열었다. AP 묄러머스크, MCS 등 대형 선사와 주요 선급 관계자 200여 명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대형 LNG 엔진과 추진 시스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소장은 지금까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은 페리선 등 소형 선박뿐이었지만 이번에 개발된 LNG 엔진과 추진 시스템은 1만 TEU급(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대형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친환경 선박 추진 시스템은 최근 조선업계의 화두인 그린십(Greenship) 기술이 구현된 첫 사례다. 당장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20% 감축할 것을 각 선사에 지시하는 등 선박 운항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3년 전부터 중앙연구소 선박해양기술연구팀에서 친환경 선박 추진 시스템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부사장은 고()유가 시대에 벙커C유 대신 값싼 LNG를 사용하면 선사들은 경제적으로도 이익일 뿐 아니라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도 기존 선박 건조체계와 똑같은 환경에서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적용한 배를 만들 수 있어 효율적이다.
LNG를 원료로 쓰는 추진 시스템은 소형 선박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대형 선박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대우조선 측은 LNG의 특성상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연료 전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특히 이 과정이 어려웠다며 고압펌프, 기화장비 등 관련 부품이 전혀 없어 부품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실험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액체 상태인 LNG를 선상에서 기화시켜 곧바로 육상에 공급하는 LNG-RV선 개발 등 그동안 축적해온 LNG 관련 기술이 큰 힘이 됐다.
대우조선은 친환경 선박 추진 기술을 먼저 LNG 운반선에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LNG의 가격이 벙커C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대형 선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적용한 선박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지금까지 한국 조선은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 설비(FPSO) 등 특수 목적선을 앞세워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린십 기술이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며 가장 큰 라이벌인 중국은 그린십 분야 기술은 기초 상태이기 때문에 1위 수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