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시작된다고 예보된 장마에 이명박 정부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전국 76개 시군의 4000여 곳에 널려 있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큰 문제가 생길지 않을까 가슴 졸이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핵심 공사인 보 설치와 준설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지만 장마나 홍수로 임시 물막이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면 막대한 피해와 함께 민심의 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발생한 구제역 사태는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50년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이라고 혹평했을 정도의 대란()으로 번졌다. 도살 처분된 가축이 330만 마리가 넘었고 보상비는 2조5000억 원에 이르렀다. 더구나 도살된 가축을 마구잡이로 매몰한 탓에 매몰지 주변은 토양 오염과 침출수 유출 우려를 안고 있다. 구제역 대란은 정부의 총체적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국제적으로도 나라 망신을 시켰다.
최근 본보의 취재 결과 일부 구제역 매몰지에서는 이미 침출수가 흘러나와 2차 환경오염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매몰 처리와 사후 관리가 잘 된 곳이라고 해도 오랜 장마나 폭우에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 하물며 당국의 매몰 자체가 부실했거나 처음부터 배수로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매몰한 곳에서는 장마철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시 모든 현장을 철저히 점검하고 최악의 사태까지 대비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야당, 환경단체, 일부 종교계 등의 집요한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현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 건설과 준설 공사가 90% 이상 진행돼 빠르면 연말이면 4대강 사업의 대체적 결과를 국민이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장마 때 공사 현장에서 이런 저런 재해가 발생한다면 공사 자체가 지연되고 비판 여론이 더욱 힘을 얻어 민심을 흔들 소지가 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뿐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에서 비상한 자세와 현장 관리로 마무리 단계의 부실 우려를 철저히 걷어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상징처럼 돼 버린 4대강 사업과 이미 한 차례 정부 능력을 불신하게 만든 구제역 사태의 올 여름 후속대응을 제대로 못한다면 정말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