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해군기지 공사 재개를 앞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하루 종일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마을 입구 곳곳에는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해온 단체와 강정마을회 등의 출입을 제한하는 법원의 게시판이 설치됐다. 제주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2시 경 집행관 등 5명을 마을로 보내 제주해군기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문을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또 결정문 내용을 담은 고시()를 반대단체가 농성 중인 중덕삼거리와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앞 등 10곳에 게시했다. 고시는 강동균(강정마을회장) 외 41명은 (공사 부지 내에) 침입하거나 출입구를 점거하거나 허가 없이 시설물을 설치해서는 아니된다. 누구든지 집행관 허가 없이 이 고시를 손상 또는 은닉할 경우 벌을 받을 수 있다 는 내용이다.
당초 일각에서는 이날 고시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 것을 우려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벌어지지 않았다.
고시에 따라 이날부터 법원이 지정한 지역주민 및 반대단체 회원은 공사현장에 출입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29일 정부와 해군 측이 낸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반대단체들이 해군기지 공사현장에 들어가거나 공사를 막는 행위를 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각 200만 원을 해군 측에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은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해군은 시위대에 앞으로 하루 혹은 이틀간의 시간 여유를 주고 현재 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장 안에 설치한 불법 시설물을 모두 자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다음달 3일 공사 부지 인근에서 대규모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주최 측은 문화제에 최대 20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세기인 평화비행기까지 띄울 예정이다.
경찰은 또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가 다음달 15일까지 낸 강정마을 내 집회 신고를 모두 불허하고 만약의 충돌에 대비해 경비 병력을 추가했다. 경찰은 지난달 24, 25일 집회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향후 시위에서도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신고한 집회를 모두 불허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 경찰관기동대와 여경 2개 부대 등 449명을 제주도로 급파했다. 제주 현지 경비인력 500명과 이미 파견된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전의경 2개 중대 157명을 포함하면 약 1100여 명의 경찰력이 강정마을 인근에 상주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3일 문화제에 참가한 시위대가 해군기지 부지 내 올레길로 행진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차단할 방침이다. 특히 문화제가 집회로 변질될 양상을 보이면 바로 공권력을 행사해 집회를 강제해산하기로 했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31일 합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제주기지 건설공사에 대해) 외부단체가 더 이상의 반대활동을 중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 더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성규 김지현 sunggyu@donga.com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