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중기대출관행 이번엔 제대로 바꿔보라

[사설] 중기대출관행 이번엔 제대로 바꿔보라

Posted November. 15, 2011 03:35   

中文

발광다이오드(LED) 부품업체인 G사는 모 시중은행에서 운영자금을 빌리기로 하고 대출약정서를 준비했지만 돈을 빌리지 못했다. 당초 기술특례보증을 해주기로 약속했던 보증기관이 뒤늦게 사업주 가족의 채무를 이유로 보증서 발급을 거절했다. 은행은 보증서가 없으면 곤란하다며 대출을 취소했다. G사는 정부가 인증한 녹색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이지만 대출관행의 단단한 벽을 넘지 못했다.

장래성이나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담보나 보증이 취약하면 금융기관 대출을 받기 어려운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대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이런저런 대책이 나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안전제일주의 대출 관행은 창업을 통해 제2, 제3의 이병철 정주영을 꿈꾸는 일부 패기 있는 젊은이에게 좌절의 쓴맛을 안겨주고 있다. 결국 창업을 포기한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대기업 취업 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다.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의 구조적 문제도 중소기업 대출관행의 개선을 막고 있다. 대출 심사에서 보증이나 담보는 객관적 근거로 인정돼 나중에 부실로 이어져도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장래성이나 기술력 같은 요인은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어 잘못되면 책임을 덮어쓰기 십상이다. 명분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감안하지 않고 대출 관행만 탓하기 어려운 측면이 이처럼 엄연히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나 작은 위험도 감수하려 하지 않는 심사관행 때문에 연명하는 좀비 중소기업에 정책자금 대출을 끊고, 젊은 창업자와 유망 회사에 자금이 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 대출관행을 개선할 방침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비올 때 우산을 뺏는 고질적 대출관행을 바꾸기 위해 사업성 평가 절차만 지켰다면 대출 후 부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금융감독 규정과 은행 내규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대로만 된다면 국내 은행이 금과옥조()로 삼은 담보 및 보증 중심의 대출체계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에는 중기() 대출관행을 제대로 바꿔보길 바란다.

다만 개혁의 명분이 있다고 해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정부가 벤처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한 묻지마식() 자금지원 중 상당액은 일부 영악한 기업 사기꾼의 배를 불리고 신()정경유착 비리를 부채질해 금융기관 부실과 국민부담 증가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실패한 개혁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