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최고 존엄(수뇌)을 모독했다며 연일 격렬하게 남측을 비난하고 있다. 4일에는 대규모 집회까지 열어 무차별적인 성전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한 군부대에서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비난한 것을 문제 삼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북한의 여러 가지 노림수가 숨어있다.
북한 조선중앙TV 등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 군민 대회를 생중계했다. 방송은 15만여 명의 군중과 군인들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회에는 이용호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김기남 최태복 당 비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연설자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깡패집단의 특대형 도발행위 미친 개 짐승보다 못한 역사의 쓰레기 찢어죽이자 죽탕쳐 버리자(볼품없이 만들자) 청와대 불바다 등 다양한 욕설과 위협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 이름 앞에 개자를 붙여 부르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이날 각각 대변인 담화를 내고 우리 식대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2일부터 사흘간 최고 존엄 모독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대남 비난 보도를 100건 이상 내놓았다.
이번 사건은 최근 인천의 한 군부대에서 내무반 문에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사진을 나란히 붙이고 위아래에 때려잡자! 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이라는 구호를 적어놓은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이른바 김씨 일가 사격 표적지 사건과 김정일 부자 비난 구호 사건이 보도됐을 때에도 북한은 강경 비난을 쏟아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이 같은 북한의 행태는 무엇보다 권력교체기에 내부 단속을 위해 이 사건을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다음 달 중순 당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공식 완료될 예정인데 북한 당국이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대남 비난 수위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윤상호 will71@donga.com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