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최모 씨(25)는 2010년 여름 전자책 단말기를 하나 선물받았다. 전자잉크를 사용한 전자종이 화면이 달려 있어 오래 봐도 눈에 부담이 적은 제품이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던 최 씨는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PC보다 이 단말기를 즐겨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둔 단말기를 꺼내 보니 화면에 여러 개의 금이 가 있었다. 다른 책과 노트북에 끼어 있던 단말기가 압력을 못 이기고 액정이 깨져버린 것. 최 씨는 바로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으나 화면을 완전히 교체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기기 값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들여 단말기를 수리해야만 했다.
2009년 후반부터 국내 시장에는 아이리버의 스토리, 인터파크의 비스킷 등 전자종이를 채택한 전자책 단말기가 속속 등장했다. 태블릿PC보다 가볍고 눈이 편하다는 이유로 독서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구성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깨질 수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책 단말기 사용자 중 약 10%가 실수로 전자책을 떨어뜨리거나 장애물에 부딪혀서 화면이 깨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채용한 6인치 전자종이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갔다고 29일 밝혔다. 이 전자종이는 두께가 유리 전자종이의 3분의 1 수준인 약 0.7mm로 줄었다. 이를 위해 휴대전화 보호필름과 비슷한 두께의 플라스틱 기판(PCB)이 사용됐다. 책받침처럼 약 40도까지 구부릴 수 있으며, 무게도 기존 전자종이의 절반인 14g에 불과하다.
내구성도 개선됐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선 채로 책을 볼 때의 높이(약 1.5m)에서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소형 우레탄 망치로 직접 내리쳐도 화면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내구성과 휴대성을 대폭 개선하면서도 가격은 기존 유리 전자종이와 큰 차이가 없어 여러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플라스틱 전자종이가 양산되면서 올 하반기에는 책받침처럼 쓸 수 있는 등 다양한 디자인의 전자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 전자종이는 전력 소모가 낮고 가격이 싸다는 점 말고는 태블릿PC에 쓰이는 액정표시장치(LCD)와 크게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없었다며 플라스틱 전자종이가 양산되면 새로운 콘셉트의 전자책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창규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