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야권연대의 총선 멘토단이 떴다.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공지영, 가수 이은미, 시인 김용택 씨 등 모두 12명으로 문화예술계 인사가 대부분이다. 야권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멘토단을 만들어 20,30대의 투표를 독려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좌파 성향 인사들이 나서 야권연대 후보였던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여기서 큰 재미를 본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와 거의 같은 멤버로 멘토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들의 가벼운 입은 위태로웠다. 조국 교수는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뽀개서 선거운동에 쓰고 있다고 발언한 뒤 전세금을 빼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공격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자금의 조달계획을 밝힌 것으로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대법원 판례들을 제시했다. 법학자인 조 교수의 전문성이 도마에 올랐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의 강간 살해 발언에 대해서는 미군의 관타나모기지 성폭행을 비판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편들었다. 그러나 김 후보의 해당 발언이 나온 방송에선 관타나모 사건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공지영 씨는 소설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해 여러 차례 사고를 쳤다. 강남의 부촌 타워팰리스의 투표율이 총선 당일 오후 2시에 78%를 넘어섰다는 글을 재인용해 트위터에 올렸으나 오후 4시 현재 54%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좌충우돌이 계속되면서 멘토단에 대한 피로 현상이 생기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마디 하면 모든 젊은이들이 그대로 따라올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비판적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성숙한 젊은이들이 많다.
멘토는 세상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세대의 상담자, 조언자의 의미를 지닌다. 맨토가 맨티에게 가르침을 주려면 우선 사실관계라도 정확해야 하지 않겠는가. 멘토단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를 뽑으라고 젊은이들을 몰아가는 행위는 충실한 조언이나 배려와는 다르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예상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가운영을 위해 요구되는 콘텐츠와 역량을 유권자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얄팍한 홍보 수단에만 의존했던 탓이 적지 않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