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6일이 지났지만 정부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행 법규상 수입 쇠고기의 검역대책 수립 및 검역제도 개선 기능을 갖고 있는 가축방역협의회조차 소집하지 않았다.
특히 2008년 촛불 시위 파동을 겪으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악화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과학적 안전성만 주장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미국 젖소 광우병과 관련해 가축방역협의회는 이날 미국으로 떠난 역학조사단이 돌아오는 9일 이후에나 소집된다. 광우병 발생 후 보름이 지나야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는 2007년 10월 6일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되자 당일 오후 바로 협의회가 열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전체에 대한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고 미국에 해명을 요구했다.
정부는 대신 지난달 25일 오후 간단한 형식의 가축방역협의회 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낮 12시가 다 돼서야 공지했고, 간담회는 오후 1시에 열렸다. 급하게 소집하다 보니 참석자는 20명의 위원 중 8명에 그쳤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애초부터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공식 회의를 열어 미국과의 교역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보다 어물쩍 지나가고 싶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인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협의회를 열었다면 광우병 대책이 더 늦어졌을 수도 있다며 필요한 때 협의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간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검역 중단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2008년 촛불 시위 당시 관련 부처에서 일했다는 한 공무원은 국민정서를 고려하면 검역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 역학조사단을 파견하거나, 미국산 쇠고기 검역검사 비율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여론에 떠밀려 일처리를 하는 것처럼 비친 것도 문제였다. 농식품부는 당초 미 농무부로부터 답변서를 받은 뒤 우리 조사단이 가봐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조사단을 파견하겠다고 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답변서와 상관없이 역학조사단을 파견하겠다라는 쪽으로 선회했다.
급하게 조사단을 꾸리려다 보니 다양한 의견을 가진 조사단을 구성할 여력도 없었다. 결국 조사단 9명 중 8명이 공무원이거나 전직 공무원으로 구성돼 친()정부 인사로만 구성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확대도 당초 30%에서 50%로 급하게 확대하다 보니 검역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검역 시간이 평소에 비해 5배로 늘어나는 등 폐해도 발생하고 있다.
김현지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