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라는 말은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2항에는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법률적으로는 2인 이상이라야 시위가 성립하는 셈이다. 따라서 1인 시위는 경찰에 신고할 필요도 없고 집시법 상의 시위 금지 장소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공식적인 최초의 1인 시위 또는 나홀로 시위는 2000년 12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관계자가 국세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변칙 상속 의혹을 제보한 참여연대는 국세청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시위를 계획했지만 집시법의 시위 금지 장소 규정 때문에 난관에 부닥쳤다. 결국 집시법의 허점을 찾아내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1인 시위라도 플래카드나 구호의 내용이 다른 법률을 위반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연구관실 이지은 경감(34)이 지난달 27일 오후 약 1시간 반 동안 대구지검 서부지청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대 17기 출신인 이 경감은 타이트한 미니스커트 차림에 선글라스까지 끼는 등 경찰관으로서는 다소 튀는 모습으로 시위에 나섰다. 그는 선글라스는 햇볕이 강해서 눈이 아파서 겼고, 미니스커트는 갖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잘 어울리고 예쁜 옷이라서 골라 입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을 듯 하다.
시위 목적은 밀양경찰서 정재욱 경위에게 막말을 하고 수사 축소를 지시한 혐의로 고소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대범 검사가 경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불법 시위를 막는 임무를 맡고 있는 경찰이 시위에 나선 것에 부정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경찰은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증인신청도 기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경감의 1인 시위에 대해 언론 플레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감의 시위를 나무라려면 경찰 수사에 응하지 않으려는 검사의 특권의식에 대해서도 스스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