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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마의 휴일

Posted July. 05, 20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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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가게가 많아 휴일인 줄 알았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인데도, 로마의 기차역과 호텔 앞에서 물이나 기념품을 파는 행상들은 오후 6시면 포장마차를 걷고 집에 갔다. 관광지의 상점이란 휴일이나 휴가철일수록 활기차야 정상이다. 오드리 헵번이 부활한다고 해도 짧고도 짜릿한 사랑을 즐기는 로마의 휴일 같은 영화는 다시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상점과 식당 바의 영업시간을 자유화했다. 그러나 로마 중소기업연합의 반대가 거셌다. 대형 슈퍼마켓만 살판나게 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3년간 로마에서만 1만개의 소규모 상점들이 문을 닫고 3만5000개의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슈퍼와의 경쟁 때문이라고만 하긴 어렵다. 되레 규제가 편하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멘붕(멘탈 붕괴)도 큰 원인이다. 잠도 안자고 일하란 말이냐, 소비주의는 해법이 될 수 없다, 밤중까지 문 열고 싶으면 박물관이나 열어라, 심지어 로마는 뉴욕이 아니다. 동네가게들의 불평불만이 계속 이어졌다.

7개월 전 몬티는 정치와 상관없는 테크노크라트 출신이라는 점 덕분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내년 총선과 상관없이 연금과 세금 같은 재정개혁, 규제개혁으로 고장 난 이탈리아 경제를 치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패한 정관계와 마피아 같은 업계는 지연-학연-혈연으로 연결돼 경쟁 반대를 외치고 있다. 깐깐한 교수처럼 경쟁만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몬티의 인기는 떨어지는 추세다. 현재 이 나라에서 최고 인기 있는 정당은 코미디언이자 블로거가 이끄는 오성()운동당이다. 우리로 치면 나꼼수당쯤 되는 셈이다.

이탈리아는 아직 구제금융을 받진 않았지만 국가부채가 스페인의 3배가 넘어 안심할 수 없는 나라다.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매입과 성장정책 지지라는 유럽연합(EU) 리더들의 해결 방안도 아직까진 립 서비스에 가깝다. 경제위기를 극복한 라트비아에서 보듯이 정부가 씀씀이를 절약해 빚을 줄이고 국민은 임금인상 절제하고 악착같이 일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극복책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본 사람들은 온갖 로맨틱한 상상을 하고 오지만 로마 시내에는 유로존 경제위기의 음울한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