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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시간 협상 피말린 밀고 당기기 볼리비아 리튬 마침내 손에 쥐다

38시간 협상 피말린 밀고 당기기 볼리비아 리튬 마침내 손에 쥐다

Posted July. 07, 201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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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저쪽에서 말을 바꿨습니다. 합작회사를 법인 형태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포스코 협상단은 협상장을 나가버렸습니다.

3일 자정(현지 시간) 미국 마이애미 공항에서 볼리비아 라파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전화를 받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최종 서명만 남았다고 생각했던 볼리비아 리튬개발사업이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포스코와 광물자원공사 등 한국컨소시엄과 합작회사를 세워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기로 한 볼리비아 측이 막판 어깃장을 놓은 것이었다. 김 사장은 일단 LG상사 등 한국컨소시엄 참여회사들에 연락해 모든 협상권을 위임받았다.

같은 시각 독일 출장을 마치고 페루 리마에서 라파스로 향하려던 권오준 포스코 사장도 실무자의 다급한 보고를 받았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다음 날 오전 2시 호텔에 도착한 권 사장은 짐도 풀기 전에 김 사장과 머리를 맞댔다. 요구를 들어줍시다. 그 대신 합작회사 설립자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별도의 은행계좌를 만들어 각각 관리해야 한다는 조건은 관철해야 합니다.

수차례의 실무협상 끝에 다시 합의를 이끌어낸 한국컨소시엄의 대표들은 5일 오전 9시 반 볼리비아 광업부장관실에 앉았다. 이제 30분 뒤면 본계약서에 서명할 터였다. 이렇게 되면 양극재 생산뿐 아니라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호수에 묻힌 약 540만 t의 리튬을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리튬은 휴대전화, 노트북에 들어가는 2차전지에 필수적인 희소자원으로, 앞으로 전기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몸값이 크게 뛸 수밖에 없어 중국 일본 프랑스 등도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왔다.

9시 45분, 장관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 사장과 권 사장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볼리비아 측이 포스코의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본계약서에서 빼자고 합니다.

순간 권 사장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기술을 사용하는데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차라리 서명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밀고 당기는 협상이 계속됐다. 로열티 지급 내용을 별도의 합의서에 명시하기로 하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최종 사인을 할 수 있었다. 볼리비아 측의 무리한 요구에도 510년 뒤를 내다보고 3일 밤부터 38시간 동안 이어진 피 말리는 마라톤협상을 벌인 결과물이었다.

2008년 7월 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부임하자마자 리튬 확보를 지시한 김 사장은 감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한국이 경쟁국들을 제치고 볼리비아 리튬사업에서 한발 앞서가게 된 것은 소금물에 녹아 있는 탄산리튬을 빠르게 추출할 수 있는 포스코의 우수한 기술력과 삼성SDI, LG화학 등 양극재를 사줄 수 있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마리오 이포레 볼리비아 광업부 장관은 조인식 직후 무엇보다 광물자원공사 등 한국컨소시엄의 적극적이고 빠른 추진력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계약에 따라 한국컨소시엄과 볼리비아 코미볼은 각각 50%의 지분으로 240만 달러(약 27억8400만 원)를 투자해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세운다. 한국 측 지분은 포스코가 26%, 나머지 24%는 광물자원공사(9%), LG상사(5%), 경동(5%), 유니온(3%), 아주산업(2%)이 갖는다.

볼리비아 코미볼은 합작회사에 양극재 원료인 탄산리튬 등을 공급하고, 한국 측은 포스코 자회사인 ESM의 기술을 이용해 2013년 말까지 양극재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이성원 포스코 리튬소재추진반 팀장은 시제품을 생산한 뒤 2014년부터 투자 규모를 늘려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