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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기득권 생각보다 더 강고해 내가 마지막 희생자 되길

교수들 기득권 생각보다 더 강고해 내가 마지막 희생자 되길

Posted July. 17, 20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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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개혁의 상징이었던 KAIST 서남표 총장은 현재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총장 계약해지안을 논의할 20일 KAIST 이사회를 앞두고 서 총장을 15일 대전의 총장 공관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이사회에 자신의 계약해지안이 상정된 것은 일부 교수집단과 교육과학기술부가 개혁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KAIST 이사회가 2년 동안 30여 차례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나에게 학교 장래나 교육에 대해 이사회에 얘기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왜 해임안이 상정됐다고 보나.

교육과학기술부가 나를 몰아내고 싶어 했다. 나는 장관이나 관료들을 거치지 않고 예산을 따오기도 하고 전임 총장들처럼 (관료들에게) 몸을 낮추지도 않아서 미웠을 것이다. 관료사회 관행을 다 따르다가는 제대로 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2년 전 연임 때 교과부가 적극 반대한 이유다.

학내 교수들도 연임에 많이 반대했다.

연임 이후 교과부와 뜻이 잘 통하는 이사장이 오니 KAIST의 교수협의회도 눈치를 채고 나를 축출하는 운동에 나섰다. 내가 와서 불편해진 사람이 많다. 테뉴어(정년보장) 심사가 강화돼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 하는 교수들이 힘들어졌다. 현 교수협 회장을 비롯해 축출을 주도하는 교수들이 총장 선거에 단골로 나왔던 사람들이다.

교수사회 기득권이란 무얼 말하나.

KAIST 일부 교수들의 기득권과 특권의식, 카르텔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학연과 지연, 연고로 뭉쳐 마치 면책특권이 있는 것처럼 확인되지 않은 의혹(서 총장이 박모 교수의 특허를 가로챘다는 주장. 경찰 조사에선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남)으로 마구 공격한다. 한 가지 의혹이 해소되면 다른 의혹(교수 채용과정 특혜, 재정손실 등)을 내놓는다. 어느 하나 사실인 게 없지 않았는가.

2010년 연임 때 2년만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이 돌았다.

연임할 때 (4년 임기지만) 2년만 하면, 표를 주겠다거나 학교일을 적극 돕겠다고 한 이사나 교수가 있었다. 하지만 거절했고 이사회에서 16 대 2로 연임돼 당시 교과부 장관이 4년 임기의 임명장을 보내왔다.

이번에 차라리 해임해 달라고 요구했다는데.

KAIST 총장이 안정적으로 직책을 수행할 수 있어야 앞으로도 좋은 총장, 유능한 교수가 올 수 있다. 내가 법적 근거도 없이 마구 총장을 쫓아내는 KAIST 문화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길 바라기 때문에 차라리 해임하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해임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과민반응 하는 것 아닌가.

미국과학재단(NSF) 부총재 시절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과장 시절 그랬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없는 것을 만들어 공격하진 않았다. 미국에서는 조작은 엄벌을 받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 조작으로 개혁에 반대하니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

구성원과 소통이 부족한 탓은 아닌가.

소통은 일방이 하는 게 아니다. 마음에 들면 한번 만나도 소통이고, 그렇지 않으면 여러 번 만나도 불통이라고 한다. 학교 총장이라고 소통의 장을 강제로 마련할 수는 없다. 소통위원회 등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교수협이 거부했다. 교수 고소만 해도 학내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를 거부하고 의혹만 부풀리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이런 사실은 외면하고 시끄러우니 물러나라고 한다.

KAIST에서 이룬 성과는 뭔가.

지난 6년간 200위권이던 세계 대학 평가가 60위권대로, 공과 대학 순위는 20위권에 들어섰다. 재임 전 51억 원이던 기부금이 1700억 원대로 늘었다. 젊은 교수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5년 내에 폭발적 성장을 이룰 것이다.

성과도 있었지만 문제도 많지 않았나.

자살사건이 가장 마음 아프다. 일반계 고교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뽑은 학생 가운데 일부가 적응하지 못했다. 입학 후에 특별히 배려했어야 했다.

해임될 위기인데 한국생활이 후회되나.

6년간 일할 수 있었으니 여한은 없다. 조국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이뤘다. 미국에 있을 때 KIST 원장과 포스텍 총장 등을 제의받았지만 미국 정부에서 일하느라 기회를 놓쳤다. 한국 국민들이 고맙다. 국민 지지가 없었으면 2년 이상 버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계약해지가 결정되면 유예기간인 90일 동안 한국대학의 발전방안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



지명훈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