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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군이 내무반 올 때까지 몰랐다니 전방 위기다

[사설] 북한군이 내무반 올 때까지 몰랐다니 전방 위기다

Posted October. 10, 201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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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의 철책선이 잇달아 뚫렸다. 강원도 고성의 육군 모 부대는 이달 2일 북한군 병사가 철책선을 넘어 일반전방초소(GOP) 생활관(내무반) 앞까지 오도록 까맣게 몰랐다. 비무장지대 최전방 경계초소(GP)와 철책 앞 GOP를 지키는 경계병들이 모두 졸고 있었단 말인가.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기 위해 넘어왔기에 망정이지 수류탄이라도 들고 와 도발했더라면 내무반이 통째로 날아갈 뻔 했다.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서는 지난 달 4일 탈북자가 해안 철책선을 뚫고 잠입했으나 군은 5일 뒤 주민이 신고할 때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군은 작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는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책선에서 발생한 경계 실패는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뜻이다. 어느 곳보다 군의 중추신경이 살아있어야 할 최전방 철책선이 이토록 허술하다면 다른 곳의 경계 상태도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군은 2년 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겪은 뒤 다시는 그런 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 싸워 이기는 전투형 부대를 육성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내무반 앞까지 와도 낌새를 채지 못한 걸 보면 군이 말로만 와신상담()을 외쳤던 모양이다.

동부전선의 철책선이 뚫린 사실은 그제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군은 북한군의 침투 사실을 숨겨오다 국회의원들의 추궁을 받고서야 공개했다. 경계 실패로 모자라 잘못을 숨기면 그만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들짐승에게 몰린 꿩이 숲에 머리를 박는 모습과 비슷하다. 국방부는 북한 병사의 잇단 귀순에 대해 북한군의 기강해이가 심각하다고 설명했지만 우리 군의 기강해이도 못지않게 심각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북한군 병사는 폭 2km인 비무장지대를 지나 3m가 넘는 복잡한 구조의 철책선을 아무런 제지 없이 넘으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합참이 전비태세 검열단을 고성 부대에 보내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지만 합참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관계당국이 종합검열을 할 필요가 있다. 경계 실패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철저한 대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