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정치인펀드 모집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선거를 치르기 위한 비용을 확보하는 수준이 아닌 복합적인 목적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치인펀드에 자신의 태도와 행위 사이에서 심리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일관성 이론(consistency theory)의 효과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뚜렷하게 지지하는 후보가 없던 사람도 정치인펀드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정치인펀드의 프레임효과에 주목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국민께만 빚을 지겠다는 말로 정치인펀드 모집을 선언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장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문 후보의 발언을 통해 유권자들은) 정치인펀드를 조성하지 않는 후보는 검은 돈으로 선거비용을 조달하는 것처럼 비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정치인펀드의 성격은 애매하다. 최근 200억 원을 모금한 문재인 펀드는 투자자에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준으로 연 3.09%의 수익률을 약속했다. 하지만 명칭과 달리 정치인펀드가 자금을 끌어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내는 뮤추얼 펀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정치인펀드는 금융투자상품과 비교하면 우량기업이 채권을 발행한 것과 가장 유사한 구조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치인펀드가 미래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ABCP는 아파트를 지을 때 중도금이 계속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발행하는 어음이 대표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인펀드가 개인 간 금전거래에 불과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치인펀드는 투자상품으로서는 매력이 떨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9월 기준으로 평균 이자율이 연 3.04%다. 은행 예금 중 이자율이 가장 높은 KDB산업은행의 수시입출금식 통장은 3.25%나 된다.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수익률보다 높다. 재테크 전문가인 하나은행의 김영호 프라이빗뱅킹(PB) 부장은 이자율만 고려하면 매력을 느낄 수 없겠지만 후원자 입장이라면 떠안을 만한 수준의 리스크라고 말했다.
다만 이자가 시중금리보다 낮으면 펀드 가입자가 시중금리를 포기한 만큼 후원하는 셈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과 달리 정치인펀드에는 공무원과 교사 등의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또 정치인의 유효득표율이 기준에 못 미쳐 정크펀드로 전락할 때 예금자보호제도와 같은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