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국내 대기업의 CSR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외국계 기업들은 그 그늘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동아일보가 기업 분석 업체인 한국CXO연구소와 함께 각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0, 2011년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연 매출이 250억 원 이상인 주요 외국계 기업 50곳의 기부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1.4%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기업의 기부금은 매출액 대비 0.1%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해 발표한 국내 200개 대기업(0.2%)의 절반 수준이다.
외국계 기업의 기부금 실태는 기업별로 일부 알려진 적은 있으나 주요 외국계 기업의 기부 현황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 대상 외국계 기업의 평균 매출은 7436억 원, 평균 영업이익은 414억 원이었다. 한국GM이나 르노삼성자동차처럼 국내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사실상 국내 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은 제외했다.
외국계 기업의 지난해 기업당 평균 기부액은 4억6230만 원으로 나타났고 업종별로는 제약업이 영업이익 대비 평균 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융(0.8%), 유통(0.6%), 명품(0.5%), 전자(0.4%), 자동차(0.3%)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외국계 기업 중 지난해 가장 많이 기부한 곳은 홈플러스로 63억1910만 원이고, 기부금이 가장 적은 곳은 명품 업체인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로 260만 원에 그쳤다. 지난해 명품 및 수입차 업계의 기부금이 전년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전체 업종 중에서는 하위권이어서 기부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해외에서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는 유독 기부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며 외국계 기업이 기부문화에 동참하도록 한국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정효진 mint4a@donga.com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