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사퇴로 늘어난 부동층이 7% 안팎인 것으로 분석되자 각 후보 캠프는 안철수 표 쟁탈전에 들어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7%의 향배에 승패가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캠프에선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안 전 후보 정치쇄신안의) 7080%가 새누리당과 비슷한 방향이라고 밝힌 데 이어 27일엔 안형환 대변인도 안 전 후보가 제시했던 정치쇄신안은 안철수 현상으로 일컬어지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농축되어 있는 것으로 적극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전 후보의 사퇴문엔 문 후보 측에 대한 좌절감, 실망감이 아주 뚜렷이 나타났다. 민주당을 쉽게 돕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차단막을 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런 새누리당의 공세를 이간책으로 보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날 문 후보는 부산에서의 첫 유세에서부터 안 전 후보의 진심과 눈물을 잊지 않겠다. 제가 흘릴 수도 있었던 눈물이었다면서 안 전 후보가 이루고자 했던 새 정치의 꿈, 제가 앞장서서, 또 안 전 후보와 함께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그는 안 후보와의 정책이 99% 일치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문 캠프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겪은 안 전 후보는 이익이나 손해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며 본인 입으로 정치쇄신은 정권교체로부터 출발한다고 했으니 큰 뜻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 조만간 참여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정치쇄신과 정당개혁이 안 전 후보와 함께할 수 있는 공통분모인 만큼 문 캠프가 조만간 강도 높은 당 쇄신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안철수 부동층의 향배가 대선 승부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 뒤 양당의 이런 태도는 안 전 후보가 링 위에 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전만 해도 새누리당은 안철수의 새 정치라는 건 결국 권력을 이용한 인위적 정계개편(지난달 23일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안 후보의 정치개혁 방안은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정치 혐오를 조장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의도(지난달 26일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라며 노골적으로 안 전 후보의 정치쇄신안을 평가 절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문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과 며칠 전인 21일 단일화 TV토론에서 안 후보에게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 조건을 내거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안 전 후보는 공약을 잘못 알고 계신다. 조건을 내거는 것이 아니라 먼저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맞섰다. 문 후보는 대북정책 외에도 국회의원 정수조정 문제와 정당보조금 축소 문제 등에서 안 후보의 주장을 아마추어리즘으로 비판하며 공세적 태도를 이어간 바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