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릴 역()이란 한자는 예로부터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았다. 부역() 군역() 등 백성을 괴롭히는 말에 역이 사용됐다. 맹자는 정치를 하는 대인()과 농업 등에 종사하는 소인()을 구별했다. 대인은 노심() 즉 마음을 쓰고, 소인은 노력() 즉 힘을 쓴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심자는 사람을 부리고() 노력자는 사람에게 부림을 당한다()고 했다. 노역()은 굳이 강제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말 자체에 강제의 의미가 들어 있다.
근대식 교도소는 노역장(workhouse)에서 출발했다. 1555년 영국 런던 브라이드웰(Bridewell)에 노역장이 처음 설립됐다. 거지 부랑자 등을 모아 사회로부터 격리하면서 노역을 통해 근면성을 익히고 직업교육을 받게 해 노동시장에 진출시킨다는 취지였다. 브라이드웰은 워낙 유명해서 나중에 그 말 자체가 교도소를 의미하게 됐다.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교도소에 수감된다. 징역은 노역을 하고 금고는 노역을 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금고형은 드물고 징역형이 대부분이다. 교도소가 본래 노역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벌금형은 징역 금고 등 자유형과 구별되는 재산형이다. 그러나 6개월 이하의 단기로 가둬두는 것은 격리의 효과도 별로 없는 데다 죄질이 더 나쁜 사람들에게 오염될 우려가 있어 오늘날 벌금형이 많이 선고된다. 제1심 형사사건 중 서류만으로 심리해 재산형만 선고하는 약식명령 사건이 85%가 넘고 나머지 공판 사건 중에서도 25% 정도가 벌금형을 받는다. 그러나 벌금형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부유한 사람에게는 벌금 액수가 푼돈에 불과해 형벌로서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 구치소 노역장에 자발적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벌금 미납 노역장 유치처분 집행 건수는 2008년 2757건, 2009년 2819건, 2010년 2918건, 지난해 3221건으로 매년 늘었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진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503건이 집행될 정도로 늘었다. 하루 노역은 대개 5만 원으로 친다. 벌금 50만 원이면 노역장 유치 10일 이런 식이다. 일당 5만 원도 벌 자리가 없어 자유를 반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