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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시민의 정계 은퇴

Posted February. 20, 20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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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대통령이 고별 연설을 한 어제,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 유시민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순식간에 MB를 제압했다. 아쉽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의 정치개혁가로 기억될 것 같은 찬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더이상 깨버릴 정당이 없는가 보다. 민주통합당에 입당했으면 했는데라는 비판도 그 못지않다. 2011년 문재인과 안철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야권 정치인 중 최고 지지율을 누리던 그였으니 은퇴 선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유시민은 2002년 여름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어려움을 겪을 때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드는 심정으로 노무현에 대한 반칙을 응징하겠다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치 입문 전의 글과 말솜씨는 노무현의 정신적 경호실장으로 등극한 뒤엔 반노비노()를 찌르는 독침이 됐다. 그토록 옳은 소리도 그토록 싸가지 없이 한다는 동료 국회의원의 평가가 그의 그릇과 함께 노 정권의 한계를 말해준다. 그래서일까. 이백만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유시민의 좌절은 우리의 좌절이라며 페이스북에서 가슴을 쳤다.

우리 국민이 용납하지 못하는 공직자의 네 가지가 땅 투기와 병역비리, 탈세(또는 표절) 그리고 막말이다. 노무현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식의 투박한 막말로 국민을 실망시켰다면, 유시민은 그때그때 너무 현란해서 듣는 이의 속을 뒤집고, 나중엔 자기 말을 뒤집고도 시침 뚝 따는 스타일이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설이 나올 때는 싫다는 상대에게 계속 결혼하자고 우기는 건 지극히 부적절하다더니,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에 대꾸조차 않는 한나라당에 대고는 열 번도 찍어보지 않는 것은 나무꾼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한 적도 있다.

이번 은퇴 선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2009년 초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도 유시민은 측은지심에 이끌려 겁도 없이 공직에 뛰어드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다시는 그런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지!(226쪽)라고 적었다. 그의 현란 화법대로라면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그만둬도 취미나 특기 혹은 언어생활로서의 정치는 계속할지 알 수 없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치 바깥의 요소들이 정치에 영향을 줄 때 정치 안의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한 걸 보면 정치 밖의 운동을 염두에 두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엔 정계 은퇴 뒤 더 평가받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은퇴 선언을 뒤집고 대통령까지 됐다. 혹시 아는가. 국민이 유시민을 호출하는 상황이 올지도.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