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STX그룹의 구조조정이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 STX엔진을 살리고 STX에너지와 STX팬오션은 매각하는 방향으로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3일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이 자율협약에 의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다른 채권금융기관들과 논의해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이들 회사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정상화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STX그룹이 무너질 경우의 경제적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면 산업은행이 채권단 동의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STX의 채권단은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등이다.
한편 STX그룹은 STX가 보유하고 있는 STX에너지 지분 43.15%를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런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이날 체결했으며, 다음주 중 본계약을 맺을 방침이다. STX 측은 STX에너지 지분 매각으로 4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X그룹 측은 STX에너지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에 팔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 회사가 주요 산업단지에 열병합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 국가 기간설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국내 자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STX에너지는 일본의 종합금융그룹인 오릭스가 최대주주로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권은 STX그룹이 갖고 있다. STX그룹 측은 오릭스로부터 STX에너지 지분 6.9%를 콜옵션(주식매수권)으로 회수해 추가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 경영권도 넘길 계획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초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으며, STX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 같은 매각 계획이 성사되면 STX그룹은 몸집이 줄고 조선과 해운, 에너지, 건설을 아우르던 사업 분야도 조선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해양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인 STX프랑스와 STX핀란드, STX다롄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