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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무상보육이 여성취업 걸림돌

Posted August. 21, 201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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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행 무상보육 정책이 정부의 핵심 공약인 여성 고용률 제고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최근 복지예산 마련을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정부는 무리한 세금 짜내기에 나서기 전에 이처럼 정책목표에 역행하는 과잉 복지체계부터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20일 보육유아교육 지원에 관한 9가지 사실과 그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보육 지원 정책은 정책 합리성이 아닌 정치적 고려에 따라 확대돼 왔기 때문에 불필요한 재정 부담을 늘리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보육유아교육 예산은 2009년 4조8000억 원에서 올해 12조3000억 원으로 불과 4년 만에 2.6배로 불어났다. 정치권의 무상() 경쟁으로 어린이집 보육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정부의 지원 금액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윤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05세 전체 아동에게 하루 12시간의 보육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엄마의 취업 여부나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하는 다른 선진국과는 아주 다른 형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일률적인 보육 지원이 오히려 여성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는 점이다. 보육 수요가 폭증해 마땅한 어린이집을 찾기 어려워진 데다, 상대적으로 아이를 늦게 데려가는 맞벌이 부모를 어린이집이 역차별하는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상보육이 여성 취업에 오히려 방해만 되면서 02세 자녀를 둔 여성의 취업률(33.2%)은 자녀의 보육시설 이용률(48.7%)보다도 낮게 형성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복지와 일자리 공약이 서로 충돌하는 사례를 반값등록금 정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낮아진 등록금이 고졸 청년의 진학을 더 부추기게 되고 결국 대졸자를 양산해 청년층의 취업난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스웨덴이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는 것도 복지 혜택이 주로 취업 여부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라며 복지제도는 항상 정책 지향점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