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5자회담(대통령+여야 대표+여야 원내대표)을 고수하고 민주당이 이 제의를 거부하면서 정국은 꼬여만 가고 있다.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선()양자-후()다자 회담 제의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9월 정기국회의 파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민생 5자회담을 제안하면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문제는 나와 상관없다. 민생만 얘기하자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학자들은 정국 대치에 야당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나서 꼬인 정국을 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야당이 국정원 문제를 부정선거로 몰아가며 링 밖에서 프로레슬링을 하듯 투쟁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며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 그것 때문에 당선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협상과 타협, 양보라며 박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밀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가적 낭비의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정국 경색의 책임 역시 정쟁 국회뿐 아니라 대통령 본인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잘못이 아닌 국정원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강요하는 민주당의 무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 논란은 국회가 해결할 일이라는 청와대 인식은 문제라는 전문가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권력 분산의 대통령제를 채택했지만 청와대 정부 여당이 한 몸으로 움직이면서 사실상 권력 융합의 내각제처럼 운용되고 있다(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것이다. 즉, 항상 여당은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정부를 반대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의 국회 개입 불가론을 펼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정치권과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정쟁을 비판하는 태도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도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