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력지 아사히신문이 19일자 사설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인 마찰을 부르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전몰자 추도 방식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참배는 전쟁 책임 부정으로 인식되고, 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을 위반한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시작해 어제 끝난 올해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제사)에는 일본 현직 각료 두 명을 포함해 160명 안팎의 여야 의원이 참배했다. 이번에 참배한 의원 수는 역대 추계 제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직접 참배는 않고 공물 봉양을 통한 간접 참배 형식을 택했지만 총리 재임 중 한 번 이상은 참배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스쿠니에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을 때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를 포함해 14명의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일본 극우세력들은 모든 나라가 국가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전몰자들을 추도하는데 왜 야스쿠니 참배는 안 되느냐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의 전몰자 추도시설과 야스쿠니는 성격이 다르다.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일본 총리나 각료, 의원들이 찾아가 추도하는 것은 일본이 저지른 가해와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한국 중국 등 피해국 국민들의 상처를 덧내는 도발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시절인 2001년 야스쿠니 신사를 대신할 만한 참배시설을 논의한 적이 있다. 새로운 국가추도시설 설립이나, 태평양 전쟁 때 일본 외에서 사망한 무명 군인과 민간인의 유골이 안치된 지도리카후치 전몰자 묘원의 확충,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들을 분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자민당 안팎의 보수 세력이 야스쿠니의 격이 떨어진다고 반발하면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야스쿠니 신사 대신 지도리카후치 묘원을 방문해 헌화했다. 일본이 국수주의적 논리로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려 할수록 다른 나라들이 느끼는 거부감과 반발은 커질 것이다. 일본이 진심으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평화적 선린()외교를 추구한다면 야스쿠니 참배가 아니라 주변국이 수용할만한 새로운 전몰자 추도방식을 택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