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가 워스트 법관 5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겠다고 한 가운데 대법원이 명단 공개를 재고해달라며 최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초 부장판사급 실무진을 서울변호사회로 보내 하위 법관 공개를 다시 검토해달라며 대화를 제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법원 측은 변호사회의 법관평가를 기초 자료로 삼아 법정 내 문제를 개선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반이나 위원회 형식의 조직을 만들어 1년 또는 상시 법정을 모니터하고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변호사회는 2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대법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하위 법관 명단 공개를 보류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당한 재판 진행, 막말 등 평가결과를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해주길 원해온 서울변호사회가 대법원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강경파 변호사들은 다음달 있을 법관 인사에 법관평가 자료가 직접 반영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변호사회는 17일 2013년 법관 평가 설문을 마감했다. 처음으로 온라인 설문까지 하면서 1000여명의 변호사가 참여해 평가 건수가 4000건이 넘었다. 지난해 변호사 450명이 참여한 것에 비하면 표본이 2배로 늘었다. 서울변호사회는 설문 응답 증가로 법관평가의 신뢰성을 높아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우리와 재판관 처우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인사평가권자에게 외부 평가 고려를 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재판관의 인사평가에 관한 규칙 제3조 제2항은 인사평가에 있어서 법관의 독립을 배려하고 다면적이고 다각적인 정보의 파악에 노력해야 한다. 이 경우 법원 외부에서의 정보에 관해서도 배려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 5명과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된 하급법원법관지명위원회는 소송관계인에 대한 태도, 성실성, 심리 소송 지휘 능력, 법률 적용 등 최고법원과 합의한 평가 항목에 따라 법관을 평가해 최고법원에 의견을 낸다. 위원회 제도가 생긴 후 6년간 28명이 부적격으로 임용이 거부됐다. 최고법원 결정이 위원회 심의결과와 달랐던 적은 없었다.
미국의 경우 주법원 판사 평가결과를 변호사회 사이트에 실명으로 공개해 일반인도 볼 수 있다. 독일과 영국은 변호사의 법관 평가 도입을 논의하는 단계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