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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원유유출'' 송유관 잠그느라 늑장 신고''매뉴얼'' 어겼다

''여수 원유유출'' 송유관 잠그느라 늑장 신고''매뉴얼'' 어겼다

Posted February. 05, 201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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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원유 부두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

설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9시 57분 여수지방해양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첫 원유 유출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 발생 22분 만이었다. 신고자는 사고를 낸 유조선 우이산호(싱가포르 선적)도, 원유부두 시설회사인 GS칼텍스 직원도 아닌 여수 도선사협회 관계자였다. 도선사는 대형 선박이 부두에 안전하게 정박하도록 인도하는 일을 한다.

우이산호에 탑승한 도선사 김모 씨나, GS칼텍스 직원은 파손된 송유관에서 원유가 바다로 쏟아지는 것을 무선으로 내부 보고만 했을 뿐 방제당국에 즉각 신고를 하지 않았다.

우이산호 선원 등은 경찰 조사에서 송유관을 들이받은 선체를 빼내기 위해 신고가 늦어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 직원 역시 송유관 밸브를 잠그는 작업을 하느라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이 지난 뒤에야 신고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고 발생 즉시 방제당국에 보고해야 한다는 해양오염 위기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수 해양경찰서는 GS칼텍스 측이 송유관 밸브를 모두 잠그는 데 33분이 걸렸다고 진술한 부분을 보강 조사 중이다. 밸브를 완전히 잠근 시간이 원유 유출량과 피해규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방제작업을 총괄하는 해경 역시 최초 원유 유출량이 800L라는 GS칼텍스 측 주장만 믿고 있다가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31일에는 방제작업에 해경 경비함정 20척 등 총 74척의 선박이 투입됐지만 1일에는 127척, 2일에는 406척, 3일에는 582척으로 뒤늦게 투입 선박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해경은 1일까지 원유 유출량을 1만 L 정도로 예상했다가 2일 16만4100L로 수정한 뒤 방제작업을 강화했다. 원유 등을 바닷속으로 가라앉히는 유화제를 살포한 것으로 알려진 해군은 방제대책본부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우이산호가 선석(유조선이 원유를 내리기 위한 시설)에 접안하지 않고 정상 항로에서 30도 벗어나 송유관을 들이받은 것은 과속 운항을 하면서 선체를 제대로 조종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이산호가 만약 콘크리트 구조물인 선석과 충돌했을 경우 배 안에 실린 원유 27만여 t이 유출돼 더 큰 해양오염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승영 여수지방해양항만청 해사안전시설과장은 원유 유출을 즉시 막을 수 있는 자동밸브가 사고 당시 정전 때문에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송유관도 화학공장처럼 비상 전원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