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장기화하면서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선 교사도 우울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고를 당한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을 매일 접하고, 좁은 교직 사회에서 피해자의 사연을 전해 듣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20대 여교사가 수업 중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사고 장면이 떠올라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는 이번에 희생된 교사 가운데 한 명과 같은 사범대 출신이어서 동문들과 장례식장을 찾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감은 우리 학교에도 피해를 당한 교사들과 이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거나 연수 등을 함께한 교사들이 있다면서 교무실에서 텔레비전을 틀거나 컴퓨터 모니터에 관련 뉴스를 띄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교사가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예민해졌다고 전했다.
다른 직업군과 달리 교사들은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가정에 빠져 괴로워하기도 한다. 광주의 한 중학교의 교장은 교사라는 직업상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 자신을 그 상황에 대입시키는 성향이 있다면서 이런 가정에 깊이 빠져 중간고사를 앞두고 문제 출제에 어려움을 겪거나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등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호소하는 선생님도 있다고 전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이 우울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낄 경우, 학생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도 교사들의 정서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재 단원고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선 상담교사가 동료 교사를 상담해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상담교사는 참사 이후 많은 교사가 내가 웃어도 되나, 내가 맛있는 것을 먹어도 되나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선생님의 심신이 건강해야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안전교육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