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들의 권리다! vs 아이들이 볼까 봐 겁난다!
2000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15회를 맞는 국내 성소수자들의 최대 축제인 퀴어 문화축제(Korea Queer Culture Festival) 개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 달 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축제 시작을 알리는 퍼레이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서대문구가 장소 사용 허가를 27일 취소했기 때문이다. 퀴어 축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모하고 국내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이어온 행사.
연세로 관할 구청인 서대문구 측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국가적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야외행사 승인을 취소한 것뿐이라고 취소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퀴어축제 조직위원회의 인디(활동명) 사무국장은 지난주 구청에 (퀴어 관련 행사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 때문에 취소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시와 서대문구에는 장소 승인을 절대 해줘선 안 된다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두 기관 홈페이지에도 비윤리적인 데다 청소년과 어린이 교육에 해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행사 자체를 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항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서 열린 퀴어 축제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1만여 명이 참가해 화제가 됐다. 당시 마포구 역시 장소 사용 승인을 별도로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마포구 관계자는 행사 이후에도 왜 구청에서 막지 않았느냐는 내용의 항의가 많았다며 주민 반응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관련 행사 승인 요청이 들어왔을 때 허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3월 말에는 대구에서 퀴어 축제의 장소 사용을 두고 대구시설관리공단이 소수를 위한 특정 행사에 공공시설물을 내줄 수 없다며 불허했음에도 해당 조직위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대구시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사용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은 예정대로 신촌 연세로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할 방침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구청에 요청한 건 토요일 교통통제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2시 전에만 차량이나 다른 행사들을 통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청의 도움 없이도 신촌 상가번영회 측과 협의가 끝났기 때문에 시간만 오후 2시로 변경해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올해 2만여 명이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