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 씨의 딸 김은경 씨(26)가 올해 11월 일본을 방문하기로 북한과 일본이 이미 합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30일 일본 정부 소식통과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올해 3월 1014일 요코타 씨의 부모가 몽골에서 외손녀인 은경 씨를 만나기 전 북-일 간에 이같이 합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북한은 은경 씨의 양국 간 자유 왕래를, 일본은 영구 귀국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요코타 씨가 북한에서 결혼한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 씨와 은경 씨가 2006년 요코타 씨의 부모와 상봉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요코타 씨의 가족과 접촉해 왔다.
중학교 1학년(13세)이던 1977년 납북된 요코타 씨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아이콘이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북했으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요코타 씨 등 납치자 8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2004년엔 북한이 요코타 씨의 유골 일부를 일본에 보냈으나 다른 사람의 유전자(DNA)가 검출되면서 일본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지금도 일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요코타 씨가 귀국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북-일 합의는 백지라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경 씨가 일본을 방문한다면 아베 신조() 내각이 사실상 요코타 씨의 죽음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서 북한과 타협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있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 17명 중 이미 돌아온 5명, 북한이 사망했다고 주장한 8명을 제외한 4명이 일본으로 송환되면 일본 내 여론도 요코타 씨의 사망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베 정부가 이미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최 대표의 증언에 대해 일본 정부로부터 은경 씨의 일본 방문 합의와 관련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