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눈앞에 둔 올 시즌 프로야구의 경기 시간은 14일 현재 평균 3시간 26분으로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는 3시간 20분이었다. 외국인 타자 재등장 등에 따른 타고투저 현상으로 점수가 많이 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은 11.4점이었다. 지난해는 9.29점. 역대 최단 경기 시간은 1993년의 2시간 47분(7.38점).
그나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스피드 업 규정을 강화한 덕분에 엿가락 사태는 어느 정도 막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심판이 기록원에게 통보한 시점부터 2분 45초 안에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 또 투수가 1, 3루에 견제하는 척만 하고 공을 던지지 않으면 보크를 주기로 했다. 이진형 KBOP 이사는 관련 규정 보완이 없었다면 3시간 40분 이상 걸릴 상황이었다. 3시간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흔히 경기 시간과 관중 수는 반비례한다고 한다. NC 이태일 대표는 불필요한 동작 등으로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 관중은 시선을 돌리게 된다. 박진감의 저해는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대부분 스포츠 종목에서 스피드 업은 공통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프로축구는 파울과 고의적인 경기 지연 등으로 쓸데없이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도록 규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제 경기 시간(Actual Playing Time)을 늘리자는 5분 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러 경기장에 드러눕는 침대 축구를 팬들이 달가워할 리 만무하다.
프로 골프 역시 거북이 골퍼 퇴출에 적극적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슬로 플레이를 몰아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티오프 시간을 오전 오후로 나눴으며 경기 진행이 늦은 선수는 벌금, 벌타, 출전 정지 등을 차등 적용 받는다. 길게는 6시간까지 걸리던 경기 시간이 4시간 30분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갤러리뿐 아니라 선수들까지 이를 환영하게 됐다. 이달 초 취임한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도 빠른 농구를 강조했다. 김 총재는 농구의 생명인 스피드와 속공을 떨어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코트에서 없애야 한다며 관련 규정 보완을 지시했다. 테니스에서 선수들은 20초(또는 25초) 안에 서브를 넣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일부 스타들은 규칙 적용이 제대로 안 돼 경기력을 떨어뜨리고 팬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농구처럼 계시기를 도입해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흔히들 스피드가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경기장도 예외는 아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