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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 대한민국 달라진 게 있는가

세월호 100일, 대한민국 달라진 게 있는가

Posted July. 24, 2014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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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세월호 사고의 배후 책임자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확보하고도 단순 변사자로 처리해 40일만에야 겨우 신원을 확인했다. 변사자 처리를 지휘한 검찰은 유병언이 도망친 별장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노인의 변사체를 눈여겨 보지 않고 그냥 넘겼다. 죽은 유병언을 쫒느라 경찰력과 수사력을 허비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태만했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현장 판단 잘못으로 참사를 키운 해경, 실종자 숫자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정부를 보는 듯하다.

그제 1명이 사망하고 91명이 부상한 강원 태백 영동선에서의 관광열차와 여객열차 간 충돌 사고는 21년 경력 기관사의 부주의 때문으로 드러났다. 기관사가 신호기만 제대로 봤더라도, 철도교통관제센터가 관제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 같은 인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오늘로 100일째다. 세월호 참사는 직업윤리를 저버린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기업과 기업주의 탐욕, 불법 탈법 부실을 알고도 눈감아준 민관유착, 정부 기능 부재가 빚은 종합적인 인재였다. 사고 이후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달라질 가능성조차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과 관피아 척결 등 국가 대혁신의 기본 방향을 밝혔다. 정부는 그 후속 대책으로 27개 과제를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실현된 것은 선박 탑승객 신분 확인이나 재난통신망 구축사업 논의, 안전한 수학여행 방안 등 7개에 불과하다. 입법을 거쳐야 추진이 가능한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사회 정화, 관피아 척결 등을 위한 각종 법안들은 국회에 묶여 있다. 안전 강화를 위한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조사 등을 위한 세월호특별법도 수사권 부여 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는 바람에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본보 기자가 전문가와 함께 동승해 점검한 연안여객선의 안전 실태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많았다. 화물차량의 고박은 여전히 부실했다. 선내 방송과 영상을 통해 구명조끼 착용법과 비상시 탈출 방법에 대한 설명이 계속 흘러나왔지만 승객들은 무관심했다. 이런 안전 불감증이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사회 곳곳에서 행해지는 안전 점검도, 재난 대피 훈련도 태반이 건성에 불과하다. 이러고서도 국가 대혁신을 이루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