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은 정의당의 상징적 인물이다. 두 사람 다 스타 강사로 이름이 높다. 마이크를 잡으면 유창하고도 걸쭉한 말솜씨로 좌중을 사로잡는다. 진보와 관련된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 전달한다. 심 의원은 2년 전 새누리당이 주최하는 한 워크숍에 강사로 나선 적도 있다. 국회의원 5명의 군소 정당에 불과한 정의당이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의 역할이 크다.
이들은 2000년 1월 창당된 민주노동당의 초기 멤버다. 민노당은 대선 총선에 꾸준히 후보를 내면서 존재를 과시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13.3%의 정당 득표율을 올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10석을 얻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2008년 당내에서 노선 갈등이 빚어지자 민중민주(PD) 계열의 두 사람은 종북주의자()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면서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종북과 선을 그은 그들의 용기에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2011년 12월 두 사람은 진보정당 통합을 명분으로 민노당 및 친노무현 계열인 국민참여당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출범시킨다. 그러나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통진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부정 경선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두 사람은 다시 당을 박차고 나온다. 국민참여당 인사 등과 함께 그해 12월 진보정의당을 창당하고 2013년 7월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꾼다.
정의당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독자 후보를 내고 선거운동을 하다가 새누리당 후보 낙선을 명분으로 새정치민주연합과 거래를 했다. 결국 서울과 경기 수원 2곳 등 3곳에서 야권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심상정 연출에 노회찬 천호선 이정미 후보가 배우로 나선 단막극이다. 자력으로 당선자를 내기 어려운 정의당이 국회 의석이 걸린 선거 앞에서 초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놓고 이런 식으로 단일화 정치공학을 하려면 정당 간판을 내리는 편이 낫다. 두 사람은 어떤 논리로 정의당의 행태를 변호할지 모르지만.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