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돈다. 아파트 분양이 활기를 띠면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법원 경매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경매 낙찰률이 높아졌다. 하락세가 이어지던 아파트 매매가는 소폭이긴 하지만 오름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견고한 회복세로 보긴 이르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주요 규제혁파 정책을 대부분 포함시켰다. 준공 후 40년이 지나야 가능했던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등의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10년 단축했다. 주택 청약제도도 수도권 1순위 자격요건을 1년으로 줄이면서 대폭 손질했다. 주택 과잉공급을 줄이기 위해 경기도 분당이나 일산 같은 대규모 신도시 조성을 중단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과거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아 효과는 적고 내성()만 키운 것보다는 훨씬 평가할 만하다.
우리 국민이 가진 자산 중 70%를 주택이 차지하는 현실에서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의 후유증은 컸다.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가 위축되면서 집 한 채 가진 사람도 가만 앉아서 재산이 줄어드는 듯한 이른바 역()자산 효과를 겪었다. 집을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 않아 고생하는 하우스 푸어는 물론이고 부동산 중개업소, 이삿집 센터, 인테리어 업체, 가구 업체, 건설 현장 일용 노동자에게도 주름살이 졌다. 건설업계는 아파트를 지어도 팔리지 않아 경영 어려움이 커졌다. 부동산 침체가 전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온기가 널리 퍼져야 서민경제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는 이유다.
이번 부동산 대책 중에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같은 법률 개정 사항도 있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부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부동산 거래의 발목을 잡는 중개 수수료율 개편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동산에서 모처럼 돌기 시작한 최경환 효과를 본격 확산시키려면 국회에서 잠자는 관련 법률의 처리가 시급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분양가 상한제를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한정하는 주택법 개정안 등을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가짜 민생 법안으로 낙인찍고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던 시기에 나온 정책을 상황이 전혀 달라진 지금에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는 구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