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협과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탈북자 단체 등이 10일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 회원 등 30여 명은 이날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대북 전단(삐라) 20만 장을 대형 풍선 10개에 매달아 날려 보냈다. 이날은 1997년 탈북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사망 4주기이자 북한 노동당 창건 69주년 기념일이다. 풍선에는 북한 체제 비난 전단과 1달러 지폐, 소책자, DVD 등이 담겼다.
북한이 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명의로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삐라 살포를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직후여서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는 전날 이 단체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이날 현장에서도 자제를 요청했다. 다만 경찰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들어 민간단체 활동을 막지 않았고, 북한 위협 때문에 전단 살포를 막기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 다만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급 실세 3인방이 깜짝 방문한 뒤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이 예정된 상황에서 조성된 남북 관계 개선 기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임진각 근처에서 날리는 전단은 풍향과 지형 여건상 대부분 북한이 아닌 남쪽으로 날아온다. 서울 강남에 떨어지기도 한다며 보수단체들의 홍보 목적이 더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