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죄다. 구약성서의 십계명에도 살인죄에 이어 7번째 계명으로 들어 있다. 고조선의 8조법금()에도 간통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제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7 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간통죄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혼인과 정절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박한철 소장과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등 재판관 5명은 위헌 다수 의견에서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타율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미혼의 상간자를 처벌하거나, 간통 행위를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혼인과 가족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가정 내 약자와 자녀의 인권과 복리 침해가 우려된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로써 1953년 형법 제정으로 도입된 간통죄가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구상에 간통죄가 남아 있는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간통죄 유무와 상관없이 간통이 배우자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고 가정을 파괴할 수 있는 행위임은 여전하다. 결혼에는 배우자에 대한 정조 의무가 있고 결혼 당사자는 이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이런 의무를 어겼을 경우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은 모르되 국가권력이 개입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간통죄가 혼인 관계를 보호하는 제도라고도 하기 어렵다. 실제 간통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상대방에 대한 응징의 수단으로 삼을 때다. 헌재 위헌 의견 중 일부는 혼인 관계가 파탄 난 상태에서 행해지는 간통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과거 간통죄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위자료나 재산을 더 받아내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됐으나 지금은 불구속 수사와 집행유예가 대세여서 그런 힘도 약해졌다. 이제 간통죄 폐지로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혼 소송에 쓸 증거를 수집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사회적 취약 계층 여성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민법상 손해배상이나 재산분할 청구, 자녀 양육 재판 등 이들을 돕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헌재의 소수 의견으로 간통죄 폐지가 성도덕을 문란케 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간통죄를 폐지한 나라에서 이 때문에 성도덕이 추락했다는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동거나 독신의 증가와 더불어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간통죄 없는 결혼은 구시대적 굴레를 벗겨 혼인 제도를 현대화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