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셨습니까?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실 출구를 빠져나오는 관람객들에게 던진 질문은 간단했다. 한 40대 남성 관객이 답했다.
이런 걸 서울 한복판에 걸다니 한마디로 미친 짓이죠. 얼핏 반전() 분위기를 풍기는 듯하지만 결국 일본인 작가가 옛 일제의 만행을 감상적 태도로 회고한 것뿐 아닙니까.
요지는 이 정도. 차마 글로 옮겨 적기 힘든 거친 욕설이 더 많았다.
이 미술관에서 10일 개막한 미묘한 삼각관계전에 걸린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의 영상작품 젊은 사무라이의 초상(2009년)은 일장기 두건을 쓴 젊은이가 가미카제 돌격을 앞두고 부모에게 이별을 고하며 감정이 고양되는 모습을 담았다. 그의 다른 영상 작품에는 일본은 대외 침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라 위해 목숨을 버린 진주만 용사들을 존경한다 같은 일본 시민의 발언도 담겨 있다.
관람객의 거부 반응과 작품에 대한 논란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가 나간 11일 저녁 미술관 측은 오보를 막고 정확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추가 설명 자료라며 각 언론사 미술 담당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예술을 통한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라는 제목을 단 자료에서 미술관 측은 이 작품은 반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라며 마지막 장면에 어머니의 절규를 삽입해 국가 간 전쟁이 개인의 비극으로 치닫는 반전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술관 측도 논란은 예상했다고 시인했다. 개막 전 열린 기자간담회 때도 이미 이 작품의 논쟁적 요소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당시 고이즈미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생활해 일본 사회를 좀 더 객관화된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논란이 일자 미술관을 통해 낸 후속 자료에서 가미카제라는 단어가 영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불편하고 위험한 현재 일본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해명 자료에서 서울시립미술관과 작가는 작품의 반전 메시지를 읽지 못한 반응은 오해라고 했지만,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작가나 전시기획자의 기대와 관람객의 반응이 어긋난다고 해서 이를 예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오해로 치부하는 건 오만이다.
고결한 목적을 위해 죽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가미카제 대원과 그 어머니가 주고받는 애절한 대화를 서울 한복판에서 지켜본 뒤 전쟁의 비참함에 대해 생각할 한국인 관객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묻고 싶다.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