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국제무대 부담스러운 김정은, 고치 속으로 파고드나

국제무대 부담스러운 김정은, 고치 속으로 파고드나

Posted May. 02, 2015 07:10   

中文

북한의 김정은이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북한 내부 문제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내부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참 이유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김정은이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봐야 한다. 집권 3년이 넘도록 외국 정상을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김정은이 언제까지 고립을 계속할 것인지 실망스럽다.

러시아의 발표는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최종 단계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국정원은 정보수집 및 분석 역량에서 이번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러시아 외무장관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올해 3월에 일찌감치 공언한 것으로 볼 때 막판에 의전, 경호와 관련해 양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에서 인간신()이나 다름없는 김정은이 어딜 가든 주민은 꽃을 흔들고 손뼉을 치며 열광한다. 러시아는 다른 외국 정상들과 다른 특별 대접을 김정은에게 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집권 기간에 띠라 의전 서열이 매겨지는 국제행사에서 김정은이 말석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모습이 전달되면 북한 주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탈북자들을 비롯한 시위대를 러시아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면 김정은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을 것이다. 김정은과 그 주변의 이런 저런 움직임에 대한 세계 미디어의 관심도 걱정됐을 것이다. 외국 기자들이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김정은에게 불쑥 북의 인권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그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정상들의 불참 때문에 김정은이라도 불러 흥행을 꾀하려던 러시아만 계면쩍게 됐다. 중국은 올해 9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정은을 초대했지만 그 때도 참석한다는 보장은 없다. 김정은이 다자 외교무대가 부담스럽다면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의 활동이 부담스러워 누에고치 속으로 파고 자꾸 들다보면 북한은 아버지 김정일 때처럼 고립무원의 외톨이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