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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의 미모는 굶주림의 흔적

Posted June. 25, 20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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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요정으로 불렸던 여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사진)의 우아한 미모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굶주림과 그로 인한 병마의 흔적이라고 그의 막내아들이 밝혔다. 보통 여성들에겐 부럽기 그지없는 미모의 비결에는 평생을 따라다닌 전쟁의 상흔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헵번이 두 번째 남편인 이탈리아 출신 정신과 의사 안드레아 도티와의 사이에서 낳은 둘째 아들 루카 도티(45)는 최근 영국에서 가정에서의 오드리: 내 어머니의 부엌에 대한 추억이란 책을 펴냈다. 자상한 어머니로 아이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줬던 헵번의 특별 레시피와 함께 부엌에서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 도티는 스스로 밥상머리 전기라고 이름 붙인 이 책에서 엄마는 평생 전쟁을 끌어안고 살았다며 2차 대전이 그녀의 삶에 남긴 상흔을 자세히 소개했다.

영국 데일리미러가 미리 입수해 공개한 그 책에 따르면 발레리나를 꿈꾸며 영국 런던에서 유학하던 열여섯 헵번은 나치 독일의 공습이 심해지자 194445년 나치 치하의 네덜란드로 보내졌다. 하지만 나치의 식량 징발로 인한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렸다. 전쟁이 끝날 무렵 기아로 사망한 네덜란드인이 2만2000명에 이를 정도였는데 헵번은 튤립 구근까지 캐 먹으며 39kg의 체중으로 살아남았다. 이때 걸린 영양실조 빈혈 황달 부종으로 인해 170cm의 키에 45kg 안팎의 빼빼 마른 체형을 갖게 됐다. 또 퀭한 눈 아래 특유의 진한 다크서클은 이 때 앓게 된 천식의 후유증이었다고 한다.

헵번은 2차 대전 때 겪은 시련으로 인해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꿈과 건강, 따뜻한 가정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평생 시달려 좋은 음식과 가정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특히 굶주림이 극에 달했을 때 네덜란드 병사가 준 초콜릿 바를 먹고 아사를 이겨낸 뒤 초콜릿 중독자가 돼 매일 저녁 초콜릿을 챙겨 먹었다고 한다. 또 한 끼에 두 접시를 비울 정도로 스파게티를 좋아했고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탐식했지만 결코 살찌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