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서 열병식 불참, 전승절 기념 방침을 정한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 결정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서방 국가 수장들은 5월 9일 러시아가 야심차게 준비한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았지만 대부분 불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냉전은 끝났지만 러시아 군대가 첨단 무기로 위력을 과시하는 붉은 광장의 열병식에 참석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한국도 이 같은 기조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박 대통령이 불참하는 대신에 윤상현 대통령정무특보를 특사 자격으로 보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제3의 길을 찾았다. 열병식이 끝난 다음 날(10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열병식이 열렸던 붉은 광장을 방문해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며 독-소 전쟁에서 희생된 소련군 병사를 추모했다. 열병식 보이콧이라는 주요 7개국(G7) 정상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독-소 전쟁 당사국 정상으로 국민 정서를 의식한 절묘한 교집합을 찾아낸 것이다.
여성 지도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2000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와 기민당 당수로 만난 뒤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