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지만 아직도 관련법은 표류하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15일 시작되지만 선거구 획정 기준을 바꾸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여야는 6일에도 선거구 획정 기준을 협상했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돌아섰다. 여야의 직무 유기가 도를 넘어선 모양새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날 3+3회동을 했지만 또다시 결렬됐다. 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회동한 뒤 사흘 만에 다시 만났지만 23분 만에 이견만 확인한 것이다.
여야는 의원 정수(현 300명)를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방향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 지역구(246석)와 비례대표(54석) 의석을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구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구를 253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를 47석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선거제도의 도입 여부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 의석 축소를 수용하는 대신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지역+비례)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나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과반을 보장해주는 균형의석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유권자의 표가 사라지지 않고 의석수에 반영되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3일 회동에서) 비례성 확보가 전제돼야 비례대표 수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며 여당은 (6일 회동에서) 아무 진정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나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안한 연동제(균형의석제도)를 현재 권력구조(대통령제도)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논의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통령제 시행 국가에서 두 가지 제도를 받아들인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이들 제도를 도입하면 비례대표 의석 축소 등으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붕괴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다시 만날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회동을 마쳤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 전날인 14일까지 공직선거법 개정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 신인들은 선거구를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성호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