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78억 달러(약 9조1299억 원) 규모의 무기를 도입했다. 이중 90%인 약 70억 달러(약 8조1935억 원)가 미제였다. 작년에 미국과 차세대 전투기인 F-35 40대(7조 3418억원)와 고고도 무인항공정찰기인 글로벌호크 4대(8800억 원) 등의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무기수입 1위국이 됐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는 안보현실이 한국을 무기 시장의 큰 손으로 만들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한국이 여러 해에 걸쳐 지출할 무기도입 계약의 전체 액수를 작년 한 해 분으로 집계했기 때문에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 무기거래 시장에서 주요 고객인 것은 분명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3월 발표한 2014년 국제 무기거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02014년 세계 9위의 무기수입국이었다. 수입무기는 미국산이 89%로 압도적이고 독일산(5%)과 스웨덴산(2%)이 뒤를 이었다.
한국이 미국 무기와 군사장비 도입에 혈세를 쏟아 붓는 것은 한미연합 방어체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우리가 미국 무기 구매의 큰 손이면서 정작 자주국방에 필요한 기술은 제대로 이전받지 못 하는 호갱 신세라는 점이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을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 4건의 이전을 미국이 거부하고 다른 21개 기술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만 이전 동의를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세계무기시장은 지난해 718억 달러로 전년보다 2.7% 늘었지만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때문에 무기 수출국들은 수입국에 금융과 조립시설, 기술 지원 등을 통해 판로 확대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미국 무기수출액(362억 달러)의 약 19%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으로서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호주의 잠수함 사업엔 독일 프랑스 일본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 호주 정부가 최소 50억 호주달러(약 4조26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외신은 보도했다. 무기도입 다변화를 우리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1년에 9000억 원이 넘는 방위비 분담금을 내는 데도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공공연히 걸고넘어지는 판이다. 북한 뿐 아니라 중국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주한미군이 차지하는 역할을 미국 주류에서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조건이 안 좋아도 값비싼 미국 무기를 군말 없이 도입해야 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고,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기도입을 둘러싼 방산비리를 척결하고 방위사업청의 협상 역량을 높이는 쇄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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