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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북해외 엘리트, 강력한 대북제제 효력 보여줬다

흔들리는 북해외 엘리트, 강력한 대북제제 효력 보여줬다

Posted April. 11, 2016 08:54   

Updated April. 11, 20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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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식당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탈출하면서 ‘외화벌이’ 북한 엘리트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로 북이 해외공관 축소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주재원들은 숙청을 우려해 해외 또는 한국으로의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 작년 5월 아프리카 국가에 주재하는 중견 외교관 일가족 4명이 한국에 망명한 데 이어 올 3월 대북 제재 이후 아시아 국가의 북한 주재원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통일부가 “이번 사례가 앞으로 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북한체제는 김정은을 정점으로 김정은과 연대의식을 공유한 당·정·군 엘리트의 운명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쇄사회인 북한은 해외파견도 출신 성분이 좋은 당·정·군 엘리트의 가족들을 주로 내보낸다. 그러나 해외로 나온 외교관과 주재원들은 개방 체제와 한국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며 시간이 갈수록 심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식당 종업원들의 한국행도 북 내부로 알려질 경우 충격과 파장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

 대북 제재를 철저한 이행을 다짐한 중국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이번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지난 5일 중국 저장성 닝보 시의 류경 식당을 빠져나와 이튿날 동남아 제 3국을 거쳐 7일 서울에 왔다고 한다. 북한 여권을 갖고 있어 비행기표 구입 등에 어려움이 없었다고는 해도 중국 당국의 묵인이나 협조가 없었다면 신속하게 한국으로 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북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격앙된 중국이 일종의 대북 경고를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9일 “중국의 변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비난한 것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이후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반증한다. 중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 압송을 막고 이번처럼 자유의사를 존중해 한국행을 허용할 경우 북한 체제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체제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데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옳은 방향임이 이번에 입증됐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