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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로 간 박원순, 역사의 부름에 나서려면 서울시장 직 떠나라

광주로 간 박원순, 역사의 부름에 나서려면 서울시장 직 떠나라

Posted May. 14, 2016 07:23   

Updated May. 14, 201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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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누가 들어도 대통령선거 출정식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1980년 5월 광주가 2016년 5월의 광주에게’라는 주제의 전남대 특강에서 “민주, 인권, 평화, 대동의 5·18 정신은 새로운 시대와 만나 함께 호흡하고, 새로운 가치로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꿔낼 것”이라며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고단하고 절박한 민초들의 삶을 보기 미안하고 부끄러워 서울시장으로 최선을 다한 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여기 광주에서 다시 시작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13총선은 ‘혁명’이라고, ‘민생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박 시장은 2박3일 광주 방문이 대권과 무관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광주 정신을 빗대 업적을 자랑하고 변혁을 주장한 것도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자기과시에 불과하다. 안철수 문재인 등 야권의 경쟁자에 비해 존재감이 약해진 나머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에 광주로 달려가 성급한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박 시장은 서울시를 ‘대선 캠프’로 사용(私用)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 행정조직 외 59개의 위원회를 직접 만들어 주로 진보좌파 성향이거나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채웠다. 홍보기능도 50여 명의 대변인 조직과 별도로 140여 명이 일하는 소통기획관실을 따로 뒀다. 사회적 협동조합과 마을공동체의 육성, 근로자이사제 도입도 우호세력과 지지기반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박 시장에게 5·18 정신이 있다면 서울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시간에 광주까지 내려가 정치 유세를 해선 안 될 일이다. 대통령선거에 나갈 작정이면 시장 직부터 내려놓기 바란다. 그런 뒤 자기 돈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당당한 처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