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그거 우리가 원조인데….’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돌풍이 국내에 퍼지기 시작하던 1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회수 2만5000건을 기록한 글의 제목이다. 본문에는 KT가 2011년 자체 개발해 내놓았던 AR 애플리케이션(앱) ‘올레 캐치캐치’ 화면이 나와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눈앞 주차장 장면을 비추니 가상의 빨간색 괴물 캐릭터인 ‘올레몬’이 보였다. 올레몬을 잡으면 KT의 멤버십 포인트를 제공하는 AR 서비스였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대중의 일상을 파고든 포켓몬 고의 성공으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드디어 AR의 대중화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R는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 세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VR)에 밀려 한동안 관심권에서 벗어나는 듯했는데, 포켓몬 고가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힌 모양새다.
이에 IT와 마케팅 업계 등에서는 AR를 적용한 마케팅과 게임 등을 쏟아냈다. 올레 캐치캐치도 그중 하나였다. 스페인의 유명 잡화 브랜드 ‘로에베(Loewe)’는 매장 상품을 비추면 상품 설명과 디자이너 소개 화면 등이 나오는 AR 앱을 개발했지만 시범 운영만 하다 그쳤다. 포켓몬 고를 개발한 나이앤틱은 2013년에 AR 게임 ‘잉그레스’를 세계 곳곳에서 서비스했지만 이목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SK텔레콤은 2011년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주변 지역 정보가 떠오르는 AR 서비스를 운영하다 접은 적이 있다.
국내 AR 연구는 2010년 전후부터 꾸준히 계속돼 왔다. 그러나 이를 상업화·대중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콘텐츠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포켓몬 고의 성공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캐릭터 지식재산(IP) △고(高)사양 스마트폰 보유율이 높아진 환경 등이 맞아떨어져 생긴 결과물이라고 분석한다.
전진수 SK텔레콤 미디어테크랩장은 “AR는 사용자가 디바이스(스마트폰·글라스 등)를 켜서 직접 비춰봐야 하기 때문에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가 필수적”이라며 “앞으로 AR의 기술적 측면에 더해 탄탄한 스토리와 IP가 받쳐준다면 한국에서도 ‘킬러 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