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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노의 저주 이어 염소의 저주도 깨다

Posted November. 04, 2016 07:11   

Updated November. 04, 20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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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스포츠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저주가 깨졌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컵스는 3일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연장 10회 끝에 8-7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1907년, 1908년 연속 우승 이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며 ‘염소의 저주’에 시달렸던 컵스는 드디어 염소에게 작별을 고했다.

 컵스에 월드시리즈 우승은 끝없는 도전의 무대였다. 1908년 우승 이후 6차례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매번 무릎을 꿇었다. 1945년 이후로는 그나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컵스 팬 빌리 시아니스가 야구장에 염소를 데려왔다 쫓겨나면서 “다시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컵스 팬들의 머릿속에 저주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컵스는 그해 디트로이트에 3승 4패로 우승을 내줬다.

 2003년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도 컵스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수비수가 잡으려던 공을 관중석에 있던 스티브 바트먼이 건드린 것을 빌미로 그날 경기를 내줬고 결국 7차전에서도 패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서 컵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나왔던 지난해에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탈락하면서 저주는 더 길어졌다.

 1승 3패에서 연승을 거두며 어렵게 균형을 맞췄지만 7차전에서도 염소의 저주는 컵스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4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던 컵스의 마무리 아롤디스 차프만은 8회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했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던 2루수 하비에르 바에스는 9회 1사 3루에서 스리번트 아웃으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컵스를 맡은 지 2년 만에 우승을 안긴 조 매던 감독은 경기 뒤 “과거도 존중하지만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다. 과거에 부담을 가졌더라면 오늘 승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경기를 펼친 두 팀 사이에 저주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며 마지막까지 박빙의 경기를 펼친 클리블랜드도 높게 평가했다. 한편 68년 만에 챔피언에 도전했던 클리블랜드는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며 컵스가 가지고 있던 ‘가장 오래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구단’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10회초 역전 적시 2루타를 친 벤 조브리스트가 받았다.

 컵스의 우승에 팬들도 열광했다. 1945년 12세의 나이로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를 봤던 짐 모위리는 어느새 백발노인이 돼 이날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우승의 순간을 맛봤다. 모위리는 “그들이 어떻게 해냈는지 상상할 수 없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시카고도 들썩였다. 리글리필드 주변을 메운 컵스 팬들은 승리의 상징인 ‘W가 새겨진 흰색 깃발’을 흔들며 108년 만에 돌아온 우승의 밤을 만끽했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에 걸맞게 갖가지 진기록도 남았다. 컵스는 이번 우승으로 1승 3패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역대 여섯 번째 팀이 됐다. 방문경기에서 열린 6, 7차전을 따내며 우승을 차지한 건 역대 일곱 번째다. 1회초 컵스의 덱스터 파울러가 친 1회 선두타자 홈런은 역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처음으로 나온 기록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