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마린 보이’ 박태환(27)이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19일 귀국한 박태환은 전성기 때와 비교해 달라진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며 기록보다는 홀로 서기에 적응한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국민 영웅으로 불리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박태환의 뒤에 는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기업 후원으로 꾸려진 대규모 전담팀으로 국내 코치와 외국인 코치, 트레이너, 물리치료사, 영양사, 통역, 훈련 파트너 등 전문가들이 24시간 박태환을 도왔다. 전담팀의 연간 예산만도 20억∼30억 원이었다. 당시 박태환은 수영에만 집중하면 됐다.
하지만 지난해 도핑 징계 파문 이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후원자들은 떠났고, 처음으로 ‘나 홀로 수영’을 해야 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놓고는 대한체육회와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국내에서 50m 코스 연습장을 구하지 못해 연습량도 부족했고, 컨디션 유지에도 애를 먹었다.
리우 올림픽 후 박태환은 홀가분하게 자신의 수영에만 몰입했다. 박태환은 10월 전국체전과 11월 일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경기 전략을 직접 짰다. 경쟁 선수의 레이스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턴 동작을 집중 점검했다. 박태환은 “혼자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이 배운 것 같다. 내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했고, 그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박태환은 “최근 1년 반 동안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며 “내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