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화백(1920∼1995)은 생전 1983년, 1990년에 단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김성은 현대화랑 기획팀 실장은 “1949년 열린 제1회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뒤 개인의 작품 활동을 전시를 통해 알리기보다는 미술계 운영과 후학 양성에 집중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20, 30대 때 서정적 리얼리즘 회화를 선보이다가 40대에 접어들어 비구상의 반추상 회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색면 분할과 기하학적 추상 회화에 매진했다. 이번 전시에는 40대 이후의 작품 30여 점을 공개한다.
“내 그림을 살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팔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그림 (거래) 일로 안색을 바꾸는 것도 싫고 돈 받으려고 머리 조아리는 일은 죽기보다 더 싫다. 차라리 밥 굶는 편이 낫다.”
류 화백이 남긴 글이다. 그를 대하는 화상(畵商)의 마음은 타들어갔겠지만 숱하게 접한 유명 작품과는 묘하게 다른 결이 느껴진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궁금함을 풀기 위해 움직인 붓질의 흔적. 꼼꼼하고 두툼하다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