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키우는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그리모가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09, 2013년 이후 세 번째 국내에서의 무대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관객은 뜨거운 가슴을 가진 교양 있는 관객입니다. 또 즉흥적이고 진솔해요. 지난 두 번의 공연을 통해 관객과 특별한 교감을 나눈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번 공연의 주제는 ‘물’이다. 드뷔시의 ‘물속에 잠긴 성당’, 포레의 ‘뱃노래 5번’, 라벨의 ‘물의 유희’,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1번’ 등 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곡들이 매우 조용해 관객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해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다루는 만큼 시적인 영감으로 마음을 열고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늑대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가 설립한 늑대보호센터에서는 수십 마리의 늑대를 키우고 있다. 그도 센터에서 자동차로 5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늑대의 번식과 치료를 돕기 위해 대학에서 동물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사실 늑대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 자체가 인간과 지구를 보호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미래 세대를 위한 일로 열정적으로 하고 있지만 음악과 병행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적 제약이 따르고 있어요.”
프랑스 출신인 그는 마르세유 음악원, 파리 음악원 등을 거쳐 1987년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이후 유명해졌다. 이후 쿠르트 마주어,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리카르도 샤이,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 공연해 왔다. 차가움과 뜨거움, 차분함과 대담함이 공존하는 그의 연주를 두고 글렌 굴드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굴드와 비교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죠. 어릴 때부터 굴드를 존경하며 자랐고 닮고 싶기도 했어요. 저도 강하고, 독창적이면서도 음표 안에서 살아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미녀 피아니스트, 늑대 어머니, 환경운동가, 융복합 예술가 등 다양한 수식어를 지니고 있는 그가 인생과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직함’이다.
“관객에게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 순간에 음악에 대해 100% 정신을 쏟아부어야 해요. 또 200% 사랑하고 믿고 있는 것을 전해줘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삶과 음악에 대해 정직해야 해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그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했다.
“공연은 짧은 순간에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주어야 해요. 이번 공연도 ‘찰나의 마법’을 보여주고 싶어요.” 4만4000∼13만2000원. 02-552-6253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