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멀어졌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계가 다시 훈훈해지고 있다.
타스통신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 중앙정보국(CIA)의 도움으로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어날 뻔한 대형 테러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CIA가 (테러 관련) 첩보를 제공한 덕분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테러를 막고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표하며 ‘러시아도 미국과 미국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 첩보를 입수하면 미국 정부에 조건 없이 즉각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FSB는 13∼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명소 카잔 성당에서 자살 폭탄 공격을 계획하던 이슬람국가(IS) 테러조직 추종자 7명을 구금했다고 15일 밝혔다. FSB는 17일에도 추가 용의자들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인 넵스키 대로 한가운데에 있는 카잔 성당을 비롯한 관광명소 곳곳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FSB는 이들의 은거지에서 많은 양의 폭발물과 폭탄 성분, 자동소총, 극단주의 서적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브게니 예피모프로 알려진 용의자는 조사 과정에서 테러를 모의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타스는 전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 간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으며 CIA는 관련 사안에 대해 코멘트를 거부했다.
테러 첩보를 미 정보기관에서 받았다는 사실을 푸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공개한 배경도 관심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정보 교환은 수시로 있을 수 있지만 정상 간에 통화로 이어지고 이 사실을 밝힌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멀어졌던 트럼프와 푸틴의 브로맨스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했다는 사례”라고 칭찬했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언급해 준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에 긴장이 이어지는 게 트럼프 대통령 탓이 아니라고 믿고 있으며 두 남자 사이의 대화 통로는 계속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