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는 국정 기조를 적폐청산에서 민생과 일자리 창출로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신년인사 때부터 이런 기조가 드러날 것이라며 “올해가 나라를 바로 세우는 해라면 내년은 국민의 삶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는 해로 만들기 위해 대통령부터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제대로 실천한다면 적확한 방향 설정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민생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왔다.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민생에 직접적으로 온기를 불어넣을 기업이 뛰도록 규제완화를 강조하며 “김영삼 정부부터 20년 됐는데 안 된 이유가 뭔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다. 손에 잡히는 민생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11월 기준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1%포인트 높아졌을 뿐이다.
대신 경제의 틀을 바꾸겠다며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대신 영세기업의 하소연이 커지면서 무인점포 증가와 함께 자칫 고용대란 우려까지 나온다. 여기에 정부 각 부처에 설치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과거 정권의 잘못을 수사 의뢰하면서 기존 틀을 뒤집어놓은 적폐청산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 검찰총수가 적폐수사 장기화의 피로감을 지적하며 가급적 올해 안 중요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앞으로 청년 일자리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내년 초 대책회의를 소집을 지시했다고 한다. 일자리는 정부가 다그친다고 늘어나지 않는다. 노동계가 기득권을 철통같이 지키면서 기업의 양보만 요구한다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노사가 함께 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한 것도 내년에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사 상생의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제 적폐청산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내년에는 과거 정권의 비리보다는 미래의 먹거리를 걱정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경제 사정기관도 기업에 군림하기보다는 기업이 뛰는 데 발목을 잡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결국 민생과 일자리 창출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과 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