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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의 역설

Posted January. 05, 2018 09:32   

Updated January. 05, 20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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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능력은 놀랍다. ‘영재발굴단’이란 TV 프로그램을 보면 언어의 영재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강원도 고성의 한 분교에 다니는 9세 아이는 누나가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해 전국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휩쓸 정도의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동화책 등으로 영어를 배운 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CNN 뉴스를 듣고 고3 영어듣기 평가까지 통과하는 7세 아이도 있다.

 ▷미국에서도 2006년 이미 뉴욕타임스에 미국 중산층 사이에 5세 이하 어린이를 상대로 한 외국어 교육이 미술이나 음악 교육만큼 보편화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방문 때 6세 외손녀 아라벨라 쿠슈너의 영상을 보여줬다. 아라벨라는 이 영상에서 중국 노래를 부르고 한시를 중국어로 읊으며 중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아라벨라의 엄마 이방카는 아라벨라에게 3세 때부터 중국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수업이 전면 금지된 만큼 일관성 측면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한다. 몇 살부터 외국어를 가르치는 게 좋은지 잘라 말하기 어렵다. 모국어를 배우기 전에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 습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모국어 습득이 좀 늦더라도 외국어를 함께 배우는 이중 언어능력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일률적 규제다. 국공립 초등학교의 영어 수업 금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사립 초등학교에까지 영어 수업 금지를 강제하더니 자율적이던 초등 이전 교육과정을 막대한 정부 돈이 들어가는 누리과정으로 만들어놓고는 방과 후 영어 수업까지 금지하려 한다. 살판 난 것은 영어학원들이고 힘들어지는 것은 추가로 비싼 학원비를 지출해야 하는 서민이다. 방과 후 수업은 본래 사교육을 흡수하려고 만든 것이다. 진보정권의 평등주의 교육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기막힌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